
회사원은 부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웰스 리포트를 보고 그 믿음이 완전히 흔들렸습니다. 자산 15억~75억 사이의 이른바 K-에밀리, 그 주류가 회사원과 공무원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45세 직장인으로 매일 19층 계단을 오르며 버티고 있는 저로서는, 이 숫자가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듯 쌓은 종잣돈의 힘
솔직히 처음 이 보고서를 접했을 때, 저는 종잣돈 평균 8억이라는 숫자에 먼저 주눅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뜯어보니 달랐습니다. 응답자의 4분의 1은 종잣돈이 1억 원 내외였고, 절반은 3억 원 정도였습니다. 8억이라는 숫자는 평균을 낸 결과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종잣돈을 만든 방법 1위가 상속이나 증여가 아니라 예적금을 통한 본인 저축이었다는 점, 이것이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가장 현실적인 조언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저는 30명의 팀원 급여 대장을 매달 들여다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월 소득이 높은 팀원보다, 월급날마다 일정액을 자동이체로 빼버리는 팀원이 결국 더 두툼한 통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재테크 스터디에서 ETF를 함께 분석하는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ETF로 시작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예금과 적금이 먼저였고, 그 위에 투자가 얹혔습니다.
여기서 ETF란 Exchange Traded Fund, 즉 여러 종목을 묶어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을 말합니다.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면서도 분산 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금융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K-에밀리들의 자산 형성 경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1단계: 예적금을 통한 종잣돈 마련 (1억~3억, 평균 기준 8억 수준까지 확대)
- 2단계: 소득 파이프라인 다각화 (자기 계발, 부업, 소득 인상)
- 3단계: 저축성 자산과 투자 자산을 약 54:46 비율로 운용
- 4단계: 부동산보다 금융투자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
워런 버핏도 부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은 것이 Continual Savings, 즉 지속적인 저축이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돈을 안 쓴다는 인색함이 아니라, 자산 형성의 기초 체력을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매일 19층 계단을 오르는 것이 하루아침에 근력을 만들지 않듯, 종잣돈도 결국 시간을 견디는 힘이 만들어내는 결과입니다. 이 점에서 하나금융연구소 웰스 리포트의 메시지는 제가 지금 걷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줬습니다(출처: 하나금융연구소).
안목의 방향을 바꾸는 금융투자 전략
K-에밀리들이 일반 부자와 가장 뚜렷하게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일반 부자 그룹에서 회사원 비중은 10%대에 불과한 반면, K-에밀리 그룹에서는 30%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들의 투자 방향은 부동산보다 금융투자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43%가 앞으로는 금융투자가 대세라고 답했고, K-에밀리는 그 비율이 48%로 더 높았습니다.
제가 스터디에서 ETF 분석을 이어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부동산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영끌, 즉 모든 자금을 끌어모아 부동산에 집중하는 레버리지 전략은 금리 변동이나 시장 침체 시 자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합니다. 여기서 레버리지란 자기 자본보다 더 많은 자금을 빌려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수익이 날 때는 증폭되지만, 손실 시에도 마찬가지로 증폭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 불립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K-에밀리들이 투자를 분산하기보다 집중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의아했습니다. 분산 투자가 리스크 관리의 기본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집중'은 공부 없이 묻지 마 투자를 한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이해한 상품에 확신을 갖고 집중한다는 의미였습니다. 투자 대상을 공부하고 이해한 뒤에 시작한다는 원칙이 그 전제로 깔려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저는 이 보고서에서 소비 패턴의 변화도 주목했습니다. K-에밀리 40대 여성 인터뷰에서 "예전엔 가격을 봤다면 이제는 성분을 본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올리브영에서 유행 제품을 고르던 습관에서 백화점에서 성분을 따지는 소비로 이동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직접 겪어보니 이 변화가 단순히 더 비싼 걸 산다는 뜻이 아님을 압니다. 소비의 기준이 가격에서 가치로 이동한 것, 이것이 바로 소비 리터러시(Consumer Literacy)의 상향입니다. 소비 리터러시란 가격이나 유행에 끌리지 않고 자신에게 실질적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우리나라 가구 수를 2,300만으로 볼 때, 현재 K-에밀리는 약 50만 명, 대략 40~46가구 중 1 가구 수준입니다. 매년 6%씩 그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은 이 흐름이 일부 특권층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출처: KB금융연구소).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두 아들에게 저는 유행하는 운동화 브랜드보다 제품의 소재와 쿠셔닝 구조를 먼저 이야기해 줍니다. 볍씨를 지키는 법, 시나락을 지름신에게 빼앗기지 않는 법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50세 즈음, 자본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K-에밀리가 되어 있겠다는 목표는 여전히 제 책상 앞에 붙어 있습니다. 거창한 꿈이 아닙니다. 오늘 예적금 자동이체를 설정하고, 스터디에서 ETF 한 종목을 더 분석하고, 19층 계단을 묵묵히 오르는 것, 그 반복이 결국 작은 부자의 경로와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방향이 맞다면, 지금 속도도 충분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 금융 기관 또는 자산관리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