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에 대해 글을 쓰면서 CU 편의점과 관련된 파업도 꼭 써야지 하고 마음 먹었습니다. 비슷한 내용을 연이어 올리는데에는 가정 주부로서, CU매니아로서 안타까움이 크기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퇴근길에 집 앞 CU에 들렀다가 삼각김밥 매대 절반이 비어 있는 걸 보고 멈칫했습니다. 두 아들 간식을 사려고 들어간 건데, 평소라면 가득 찼을 자리가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물류라는 게 얼마나 조용히, 그리고 얼마나 빠르게 일상을 흔들 수 있는지 체감했습니다. 이번 CU 편의점 납품 차질은 단순한 임금 분쟁이 아닙니다. 사망 사고, 물류 봉쇄, 그리고 '누가 진짜 대화 상대인가'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한꺼번에 터진 사건입니다.
물류 봉쇄와 공급망 붕괴,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진주, 진천, 나주, 안성, 화성에 위치한 CU 물류센터 봉쇄입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출입구를 막으면서 상품이 점포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전국 약 1만 8천 개 CU 매장 가운데 3천여 곳이 납품 차질을 겪었습니다.
여기서 공급망(Supply Chain)이란 상품이 생산자에서 소비자 손에 닿기까지 거치는 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편의점처럼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비중이 높은 업태에서는 이 공급망이 하루라도 끊기면 매대 공백이 즉각 눈에 보입니다. 삼각김밥, 도시락, 음료처럼 회전율이 높은 품목일수록 타격이 빠릅니다. 제가 경험한 것도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갈등의 직접적인 계기는 4월 20일 진주 물류센터 앞 집회에서 조합원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였습니다. 이후 4월 22일 교섭 상견례, 24일 실무교섭, 26일 3차 교섭이 잇따라 열렸지만 양측은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습니다. 화물연대가 내세운 요구는 크게 네 가지였습니다.
- 운송료 현실화 및 기사 휴무 보장
- 손해배상 청구와 법적 책임 철회
- 사망 조합원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명예 회복
- BGF리테일의 직접 교섭 참여
BGF로지스는 봉쇄 해제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화물연대는 실질적 결정권이 물류 자회사인 BGF로지스가 아닌, 편의점 운영사 BGF리테일에 있다고 봅니다. 이는 원청(元請) 책임, 즉 실제로 일을 발주하고 이익을 가져가는 기업이 노동 조건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한국에서 지난해부터 논의된 노란봉투법, 정확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노란봉투법이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교섭 대상 범위를 넓히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2022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로이터는 이 갈등을 두고 자동차, 항만, 글로벌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출처: 로이터). 물류가 멈추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가장 약한 고리라는 사실, 이번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책임 주체 공방, 그리고 그 사이에서 멍드는 사람들
저는 30여 명의 구성원을 이끄는 조직에 몸담고 있습니다. 작은 조직이라도 책임 소재가 흐릿해지는 순간 얼마나 빠르게 현장이 혼란에 빠지는지 직접 겪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태에서 "BGF로지스냐, BGF리테일이냐"를 두고 이어지는 공방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구조는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가맹 본부(Franchisor)란 브랜드와 운영 시스템을 제공하고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기업을 말하는데, 물류나 공급 문제가 생겼을 때 가맹 본부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는 늘 논란이 됩니다. 점주들은 본부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로 상품을 실어 나르는 건 물류 자회사고, 그 자회사와 계약한 배송 기사들의 처우가 파업의 도화선이 됩니다. 구조가 복잡할수록 책임은 희석됩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2024년 호주에서는 대형 유통업체 Woolworths의 물류창고 파업이 이어지며 일부 매대가 비었고, 법원이 피켓 시위를 제한하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습니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소비자 불편과 법적 대응이 동시에 커진다는 패턴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도 고용노동부는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통해 파업 중에도 최소한의 운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편의점 물류는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이번 갈등을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노동자 처우와 안전 보장에 공감하는 쪽, 봉쇄가 길어지며 점주와 소비자 피해가 커진다는 것을 비판하는 쪽, 그리고 "대화는 필요하지만 이 방식은 너무 멀리 갔다"는 우려 섞인 시각입니다. 저도 솔직히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갈등이 길어질수록 협상 테이블에서 멀리 앉은 사람이 가장 빨리 손해를 봅니다.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사망 사고라는 비극이 생겼음에도 교섭은 감정적 대립으로 흘렀고, 그 사이에서 점주들은 유통기한이 촉박한 상품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물류 갈등이 해결되려면 결국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원청이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봉쇄를 풀어야 교섭이 된다는 논리와, 교섭이 되어야 봉쇄를 풀 수 있다는 논리가 맞부딪히는 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동안 매대는 계속 비어갑니다. 편의점 매대가 다시 채워지는 날은, 아마 누군가가 먼저 한 발 물러서는 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