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수익이 20% 넘어가면 꼭 불안해졌습니다. '지금 팔아야 하나' 하고 매도 버튼 위에서 손을 맴돌다가, 그냥 두었더니 더 올라가는 경험을 반복했죠. 5월 상승장을 팀원들과 함께 복기하면서, 이번엔 그 조급함의 정체를 제대로 짚어보기로 했습니다.
외국인 수급이 왜 지금 이렇게 강한가
5월 초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한 배경에는 외국인 수급의 급격한 방향 전환이 있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들이 갑자기 매수세로 돌아선 이유, 저도 처음엔 피부로 잘 안 느껴졌는데 데이터를 뜯어보니 구조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빅테크들의 데이터 센터 투자 규모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 둘째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채널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현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정도로 제한되어 있지만, 대형 증권사들이 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외국 자금의 유입 경로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먼저 사야지'라는 수요가 선반영되고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HBM(고대역폭메모리)이라는 개념이 다시 부각됩니다. HBM이란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D램의 일종으로, GPU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한 반도체입니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 센터 투자에 한국 돈으로 약 900조~1,000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한 만큼, HBM 수요는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추가로 최근엔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보조하던 CPU(중앙처리장치)의 병목 현상이 부각되면서 LPDDR5 같은 저전력 고성능 D램 수요까지 증가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LPDDR5란 스마트폰과 서버에 두루 쓰이는 저전력 D램 규격으로, 전력 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동시에 잡은 메모리입니다. GPU가 좋아도, CPU가 좋아도 함께 올라가는 메모리 기업들의 위상이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로벌 자금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해온 이유가 바로 이 구조적 성장 논리였는데, 외국인 수급이 그것을 팩트로 확인해주는 기분이라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뿌듯함이었습니다.
현재 코스피의 PER(주가수익비율)은 역사적 평균인 9.3배를 밑도는 7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시장이 기업의 이익 대비 얼마나 비싸게 혹은 싸게 거래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밸류에이션 지표입니다. 숫자만 보면 저평가 국면이 맞습니다.
지금 외국인 수급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외국인 직접 매수 채널 확대: 현재 일부 증권사에 한정된 서비스가 대형사 전체로 확장될 예정
- 수급 승수 효과: 외국인 매수 → 기관 지수 추종 매수 → 개인 추가 매수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
- 채권 수급도 긍정적: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120조 원 이상 매수하며 원화 강세 압력 발생
- 환율 하향 가능성: 달러 매도·원화 매수 흐름이 이어지면 환율이 1,400원 초반까지 내려갈 여지 있음
지금 팔고 싶은 마음과 게으른 투자자
수익이 쌓이면 팔고 싶어지는 건 당연한 심리입니다. 저도 BTS 팀원들과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때마다 "슬슬 익절해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꼭 나왔으니까요. 근데 제 경험상 이 시장에서 그 조급함이 가장 비쌌습니다.
지금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은 근거는 앞서 말한 PER 외에도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기업 이익 추정치를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금융주, 자동차, 조선, 방산, 원전 같은 섹터들이 순환매로 힘을 보태줄 여력이 남아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19층 계단을 오르며 복기하는 숫자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정직하게 쌓이지 않은 지수는 언제든 흔들리지만, 이익 추정치가 뒷받침되는 상승은 결이 다릅니다.
다만 낙관론 그대로를 수용하기엔 리스크 점검이 필요합니다. 가장 큰 변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입니다. 이 금리가 4.5%를 넘어가면 시장이 발작 반응을 보이는 임계치로 작동합니다.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곧 투자 비용 급등을 의미합니다. BTS 팀원들과 이 부분을 분기 실적 데이터로 직접 검증해보자고 한 이유입니다. 외국인 수급이 실적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시장 개방에 따른 단기 쏠림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2차전지 ESS(에너지저장장치) 흐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ESS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나 전력망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대용량 배터리 시스템입니다. 최근엔 AI 데이터 센터에 BBU(배터리 백업 유닛)가 필수 요소로 편입되면서 수요가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BBU란 전력이 갑작스럽게 차단됐을 때 배터리가 대체 전원 역할을 하는 무정전 시스템으로, 데이터 손실 방지에 핵심적입니다. 작년 10월 이후 ESS 관련 종목들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고, 포스코홀딩스나 삼성SDI처럼 2021년 고점 대비 70~80% 수준까지 회복한 종목도 나왔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방향성은 맞지만 실적이 아직 숫자로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많이 올라온 종목은 비중을 줄이고 조정이 나오면 재매수하는 트레이딩 접근이 현시점에선 현명합니다. 2023년 고점을 돌파하려면 내러티브가 아니라 분기 실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코스닥 이차전지 섹터의 영업이익 회복세는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소형주와 코스닥 바이오는 지금 당장은 소외받는 구간입니다. 외국인 직접 매수 채널이 대형주 위주로 열려 있는 구조상, 수급의 온기가 중소형주까지 흘러오려면 금리 인하 시그널이나 정책 이슈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이 확인될 때까지는 바이오·소형주보다 시총 상위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출처: 미국 연방준비제도).
결국 지금 시장에서 해야 할 질문은 '언제 팔까'가 아니라 '어디서 더 담을까'입니다. 상승 추세가 살아있는 동안은 매도보다 매수 타이밍을 고민하는 게 맞고, 추세가 꺾이는 신호가 나올 때 비로소 매도를 검토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게으른 투자'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금리·환율·수급이라는 기압계를 꾸준히 읽으면서도 매도 버튼을 섣불리 누르지 않는 인내를 뜻합니다. 저는 오늘도 그 인내를 복기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