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 채용 면접을 마친 날이면 저는 늘 묘한 무게감을 안고 퇴근합니다. 스펙도 인성도 나무랄 데 없는 청년이 "사실 이쪽 분야는 처음 도전해 보는 거예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할 때, 도전이 아니라 '패배하지 않기 위한 선택'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센터에서 30여 명의 직원 채용을 총괄하며 겪은 현실은, 뉴스 속 통계보다 훨씬 서늘합니다.
이중구조가 만들어낸 고용 절벽의 민낯
일반적으로 청년 실업 문제는 경기 침체 탓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채용 공고를 올리면 지원자가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지원 자체를 포기한 청년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 현장에서는 더 크게 보입니다.
2025년 3월 기준, 20~29세 실업자는 26만 9천 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구직 활동을 포기하고 '그냥 쉬는' 20대도 38만 2천 명이나 됩니다. 20대 인구 약 560만 명 중 무려 12%에 가까운 65만 명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르고 있는 셈입니다(출처: 통계청).
여기서 비경제활동인구란,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상태, 즉 일할 의사나 능력이 있어도 구직 활동 자체를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포기한 사람들입니다. 공식 실업률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에 체감 실업률은 정부 발표 수치보다 실제로 훨씬 높다고 봐야 합니다.
이 구조의 핵심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Labor Market Dualism)가 있습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안정적인 고용과 높은 임금을 누리는 1차 노동시장(대기업·정규직)과 불안정한 고용 조건에 놓인 2차 노동시장(중소기업·비정규직)이 단절된 채 공존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반도체 기업의 수억 원대 성과급 소식과 "일할 맛 안 난다"는 다른 직장인의 푸념이 동시에 나오는 것, 저는 그 장면이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1등을 빼면 모두가 불만인 사회는, 결국 아무도 도전하지 않는 사회로 수렴하게 됩니다.
한국 청년 고용률은 43.6%로 23개월 연속 하락 중입니다. 인구가 줄어도 취업자 수가 함께 줄고 있다는 뜻이어서, 단순한 인구 문제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고용위기ㅡ액면 그대로 믿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것들
일본이 청년 고용 위기를 극복한 모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실제로 2020년대 이후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3% 안팎으로, 사실상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상태에 가깝습니다. 완전고용이란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고용 상태를 의미하며, 경제학적으로는 실업률 2~3% 이하를 기준으로 삼습니다(출처: OECD).
그런데 일본도 19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10년 이상 청년 실업의 늪에 빠졌습니다. 당시 청년 인구가 줄었는데도 실업률은 오히려 악화됐고, 이때 제때 취업하지 못한 세대를 '취업 빙하기 세대'라고 부릅니다. 그 후유증은 일본 사회에 수십 년간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일본이 이 위기를 벗어난 방법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이 '일하는 방식 개혁'입니다. 노동 시간과 임금을 동시에 유연하게 조정하고, 대기업이 정규직 채용을 주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었습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250인 이상 대기업 일자리 비중이 일본은 40%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공공기관을 포함해도 32% 수준에 그칩니다.
여기서 제가 현장에서 느끼는 온도 차가 있습니다. 일본의 낮은 대졸 초임이 채용 문턱을 낮춘 요인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전부라고 보지 않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어느 회사에 들어가든 고용이 보장된다'는 사회적 신뢰와 탄탄한 사회안전망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청년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과, 어디에서 시작해도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청년 고용을 개선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변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 확립으로 중소기업의 실질 임금 경쟁력 확보
- 직무급제(Job-based Pay) 도입 확대: 직무급제란 근속 연수나 학력보다 실제 수행하는 직무의 가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어느 규모의 기업에 다니든 전문성만으로 정당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입니다.
- 청년 인턴십·현장 직무 경험 프로그램의 질적 내실화 (단순 스펙 쌓기가 아닌 실질적 경력 연결)
- 노동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함께 보장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 검토: 유연안정성이란 고용 유연성과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강화하는 북유럽식 노동 모델을 가리킵니다.
미래전망ㅡ우리 아이들이 마주할 노동시장, 지금 준비해야 할 것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이 통계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1990년대생이 1970년대 생보다 '쉬었음' 인구가 2.5배 이상 많다는 사실은, 경쟁에서 진 게 아니라 애초에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한 청년이 그만큼 많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적 자본이란 개인이 교육, 훈련, 경험을 통해 쌓은 생산성의 총합으로,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원입니다. 청년기에 제때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인적 자본 형성이 지연되고, 이후 노동시장 재진입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국가적으로 보면 인적 자본 축적이 통째로 멈추는 것과 같습니다.
재테크 카페에서 주식과 부동산을 공부하며 아이들의 경제적 기반을 고민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두려움이었습니다. 자산을 물려준다 해도, 그 아이들이 일하는 즐거움을 모르는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면 그 자산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싶습니다. 노동의 존엄이 바로 서지 않으면, 성장도 자산도 결국 껍데기만 남습니다.
구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일본이 '잃어버린 세대'를 반면교사로 삼아 방향을 바꿨듯, 우리도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단순히 문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또 직장에서 채용을 담당하는 분이라면, 청년 고용 구조의 변화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