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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추격 (로직폴딩, CXMT, 한국반도체)

by benefitplus 2026. 5. 31.

중국 반도체 추격
출처ㅣCXMT 홈페이지

"중국 반도체는 EUV 장비도 없으니 한계가 있다"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모의투자 팀원들과 관련 대담을 꼼꼼히 복기하고 나서, 그 믿음이 꽤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격차는 고정된 숫자가 아니라 기울기가 달라지는 변수라는 사실, 지금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버려진 기술을 다시 꺼내 드는 나라

중국이 반도체 자급화에 쏟아붓는 방식에서 제가 가장 놀란 부분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ASML이 EUV 광원 개발 과정에서 포기했던 LDP(레이저 방전 플라스마) 방식, 서구 반도체 업계가 굳이 쓸 이유가 없다며 손을 놓은 DUV 멀티 패터닝 기술, 성능이 떨어진다고 무시당한 LFP 배터리까지. 중국은 남들이 치운 쓰레기통을 다시 뒤집니다.

여기서 DUV 멀티 패터닝이란 심자외선(Deep UV) 노광 장비로 동일한 웨이퍼 위에 노광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해서 미세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기법입니다. EUV 장비 없이도 어느 정도의 미세 공정을 흉내 낼 수 있는 우회로인 셈입니다. 중국의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는 이 기법으로 7 나노 공정의 수율을 2~3년 만에 30~40%대에서 70% 가까이 끌어올렸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후발주자 기준으로는 무서운 속도입니다.

LFP 배터리 사례도 같은 패턴입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에너지 밀도 높은 NCM 계열을 주력으로 밀 때, 중국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LFP 배터리를 전기차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냈습니다. 처음엔 다들 웃었습니다. 그런데 수십만 대 규모의 실차 데이터가 쌓이자 개량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졌고, 지금은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 면에서 역전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리포트를 읽고 팀원들과 토론해 보니, 이게 배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로직 폴딩이란 무엇이고, 왜 무서운가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2025년 국제 반도체 학회에서 공개한 '로직 폴딩(Logic Folding)'은 반도체 업계에서 꽤 큰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로직 폴딩이란 평면으로 회로를 그리는 대신, 두 장의 웨이퍼에 각각 회로의 일부를 새긴 뒤 위아래로 붙여 하나의 완성된 회로로 만드는 적층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1층짜리 단독주택 두 채를 위아래로 합쳐 2층 구조로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단위 면적당 트랜지스터 밀도 수치만 보면 TSMC의 1.4 나노 공정과 비슷하다는 광고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수치 하나만 보고 투자 판단을 내렸다가 낭패를 본 경우를 주변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실제로는 전력 효율, 누설 전류, 열 제어 문제가 함께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특히 수직 방향으로 전기 신호가 오가는 구간이 집중적으로 뜨거워지는 열 집중 현상이 심각합니다. 칩은 수평 방향으로는 넓고 얇은데 수직 방향은 좁으니, 발생한 열을 옆으로 빼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열 전도율이 떨어집니다. 성능을 억제하는 스로틀링이 걸리거나, 무시하고 계속 쓰면 칩 수명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이 부분을 초반에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회사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 기술을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YMTC의 낸드 플래시 적층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에서 쌓인 방열 소재 선택과 전극 배치 노하우가 로직 폴딩 개발에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엑스태킹이란 낸드 플래시 셀 어레이와 주변 회로를 별도 웨이퍼에 만들고 본딩으로 합치는 YMTC 고유의 적층 패키징 기술입니다. 중국 안에서 기술 사일로 없이 노하우가 흘러 다니는 구조, 이게 생각보다 무섭습니다.

CXMT 점유율이 1분기 만에 두 배가 된 이유

제가 가장 뼈아프게 느낀 팩트는 따로 있습니다. 창신메모리(CXMT)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2024년까지 4~5% 수준이었는데, 2025년 1분기 단 한 분기 만에 8%로 뛰었다는 숫자입니다. 연초 전망치가 연말에나 가능하다던 수준을 한 분기 만에 달성했습니다.

이유가 흥미롭습니다. CXMT는 HBM이 아니라 DDR4 같은 레거시 D램에 집중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에서 가격이 가장 크게 뛴 품목이 낸드와 레거시 D램이었습니다. HBM은 가격이 1.5배 정도 오를 때 레거시 D램은 4~5배 올랐습니다. CXMT는 HBM 경쟁에 끼지도 않았는데 고 가격 수혜를 고스란히 받은 셈입니다.

저도 얼마 전 삼성전자를 손절하고 하이닉스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HBM 서사에만 집중하다 레거시 시장 흐름을 놓친 경험이 있습니다. CXMT가 레거시 시장을 조용히 잠식해 가는 기울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입니다. 격차가 3세대라도, 중국이 2세대씩 좁혀오면 만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특히 마이크론이 위험합니다. 삼성·하이닉스보다 기술이 살짝 뒤처지면서 위로는 두 회사에, 아래로는 CXMT에 끼인 구조입니다.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5~6% 빠지면 미국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테고, 그 시점이 미국의 추가 규제 카드와 맞물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CXMT IPO 이후 본격 증산 여부와 레거시 D램 가격 방향
  • 로직 폴딩의 열 제어 문제 해결 속도와 HBM 전용으로의 기술 전이 가능성
  • 마이크론 점유율 하락 시 미국의 추가 수출 규제 카드 등장 시기
  • 이머징 마켓을 겨냥한 중국산 AI 풀스택 생태계 수출 확장 속도

한국 반도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최첨단 HBM 수익률만 바라보고 있을 때, 레거시 공정과 범용 파운드리 영역은 조용히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에서도 이미 SMIC가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일시적으로 추월했다는 데이터가 나왔습니다(출처: IC Insights / Counterpoint Research).

자동차 전장, 산업용 센서, 디스플레이 구동 칩처럼 14나노 이하 최신 공정이 필요 없는 시장은 여전히 크고 꾸준합니다. 그런데 이 시장에서 중국산이 가장 저렴하고 공급도 빠른 상황이 되어 버리면, 한국의 관련 산업이 중국 파운드리에 예속되는 구조가 생깁니다. 제가 직접 팀원들과 이 부분을 점검해 봤을 때, 이미 일부 국내 중소 전장 업체들이 중국 파운드리로 발주처를 조용히 옮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후공정의 중요성도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전공정에서 회로를 얼마나 미세하게 그리느냐가 오랫동안 반도체 기술의 척도였지만, 이제는 칩을 어떻게 쌓고 연결하느냐가 성능을 좌우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이 대표적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란 두 웨이퍼를 기존 솔더 범프 없이 구리 전극끼리 직접 붙여 연결하는 고정밀 패키징 기술로, 칩 간 신호 속도와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한국이 쌓아온 HBM 패키징 노하우는 분명히 경쟁 자산입니다. 다만 그 자산이 언제까지 독점적 우위를 유지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반도체 수출 중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에 달합니다(출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 품목에 의존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그 시장이 흔들릴 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지금 슈퍼사이클로 돈이 들어오고 있는 이 시기에, 고속도로를 잠깐 막고 새 도로를 까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느냐가 결국 10년 뒤의 격차를 결정할 것입니다. 저도 포트폴리오를 다시 들여다보며 HBM 일변도의 시각에서 벗어나, 후공정 밸류체인과 달러화 자산 비중을 차분히 재조정을 고민 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전문가 상담을 바탕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j-ejewAosGk?si=EEDzTEZWo-P2_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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