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800세대 단지에 전세 매물이 딱 한 개. 그것도 3억 올린 가격으로 나왔는데 그마저 곧 나갈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남 일 같지 않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경기도에 자가 두 채를 쥔 입장인데도 이 시장의 흐름 앞에서는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공급 절벽이 만들어낸 임대 시장의 현실
지금 전세 시장이 이렇게까지 된 배경에는 구조적인 공급 절벽이 있습니다. 공급 절벽이란 신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임대 물량 자체가 급감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민간 임대 시장이 전체 공급의 80~85%를 담당해 왔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이후 선매수 투자자들의 매물이 사라지고 집주인들도 실거주 전환을 선택하면서 임대 물량이 통째로 줄어든 겁니다.
여기에 가구 분화 수요까지 겹칩니다. 인구는 줄어도 가구수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4년 혼인 건수가 약 24만 쌍으로 직전 수년간의 179만 건이 발생해 모두 신규 가구 수요로 이어집니다. 거기다 1인 가구 증가세까지 더해지면 2030년 초반까지는 임대 수요가 줄어들 여지가 없다는 게 현 시장의 냉정한 시각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도 비슷합니다. 제가 월세를 놓고 있는 경기도 아파트 인근 단지들도 전세 물건 자체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1~2년 전만 해도 비어 있는 물건이 몇 개씩은 보였는데, 요즘은 세입자를 먼저 붙잡아 두지 않으면 다음 차례를 기약하기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임대료 쇼크란 바로 이런 상황입니다.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세가와 월세가 동시에 치솟고, 세입자들이 원하는 지역에서 밀려나 더 외곽으로 이동하거나 평형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실제로 송파 헬리오시티나 파크리오의 전용 10~11평짜리 소형 타입 가격이 한 달 새 1억 5천이 오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평형을 줄여서라도 직주근접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수요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죠.
이 흐름이 만들어낸 또 다른 현상은 풍선 효과입니다. 풍선 효과란 규제나 가격 부담으로 특정 지역에서 쫓겨난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몰려 그쪽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입니다. 강남 3구와 한강벨트 라인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자,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쪽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이 지역 호가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아울러 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까지 활용할 수 있는 15억 이하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실수요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도 수요를 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세 시장이 흔들리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로 민간 임대 물량 급감
- 결혼·이혼·1인 가구 증가로 신규 가구 수요 지속 확대
- 공급 부족이 임대료 쇼크로 이어지며 평형 축소 및 외곽 이동 강제
- 풍선 효과로 중저가 지역과 소형 평형에 수요 집중
자산 슬림화의 기로에서 드는 솔직한 고민
그렇다면 지금 부동산 자산을 두 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요? 자산 슬림화란 다주택 보유 포트폴리오에서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하고 핵심 지역의 우량 자산으로 집중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서울 핵심지로의 갈아타기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입니다. 저는 발달심리센터 부원장으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서, 이 두 채가 노후를 버텨줄 파이프라인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서울 핵심지가 연일 고점을 경신하는 동안 제가 보유한 경기도 자산들은 분양가 수준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자산 가치의 비대칭적 양극화가 제 포트폴리오 안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죠.
여기서 문제는 세금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은 최대 82.5%에 달합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매도할 때 일반세율에 추가 세율이 더해지는 제도로, 취득세·보유세·양도세 3단계 과세 구조 전체를 고려하면 사실상 움직이는 것 자체가 손해인 구조가 됩니다. 제 경우에도 지금 한 채를 정리하고 서울 핵심지로 갈아타려면 세금과 거래 비용을 다 고려했을 때 얼마가 실제로 남는지 계산이 잘 안 됩니다. 선뜻 결정이 서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반면 버티는 전략도 마냥 편하지는 않습니다. 경매 시장 관점에서 보면 서울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는 경매 낙찰가율이 시세의 95% 안팎, 즉 5% 내외의 할인에 그칩니다. 낙찰가율이란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이 감정평가액 대비 몇 퍼센트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세와 경매가의 차이가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지방 광역시나 고가 자산은 낙찰가율이 낮아 시세보다 훨씬 싸게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구조를 보면 지방·외곽 자산의 회복 속도는 서울 핵심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2025년 1분기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지속적인 전세 공급 부족으로 일부 단지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정책 변수에 따라 등락이 심한 상황입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시장이 언제나 단일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저는 그 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불패 신화에 무조건 편승하기보다, 지금 제 현금 흐름과 실질적인 세후 수익을 따져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무리해서라도 핵심지로 가라'는 조언은 개인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경기 외곽까지 유동성이 흘러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 상황에 맞는 현금 흐름 계산이 먼저입니다.
전세 시장이 구조적으로 소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그 과도기가 너무 짧고 갑작스럽다는 점입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분들도, 저처럼 자산을 재배치해야 하는 분들도 지금은 시장의 속도에 떠밀리기보다 세후 수익과 실질 현금 흐름을 기준으로 한 발 한 발 판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세무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매매·세금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