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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진짜 나를 만든다 (정체성, 진정성, 안전마진)

by benefitplus 2026. 10. 18.

실패가 진짜 나를 만든다.
출처 픽사베이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제 목소리가 아닌 남의 공식을 따라가는 것이 '성실함'인 줄 알았습니다. 뉴욕 미슐랭 8년 연속 스타 레스토랑 Cote의 창업자 Simon Kim이 털어놓은 첫 식당 폐업의 기억은, 그 착각을 정면으로 흔들었습니다. 화려한 성공 뒤에 가려진 '진짜 이야기'가 이렇게나 내 일상과 맞닿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남의 성공 공식을 쫓다 길을 잃었던 시간

처음 사회에 발을 딛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았을 때,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부끄럽지만 저는 늘 '잘 된다는 것'을 먼저 찾아봤습니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공식을 노트에 받아 적고, 그것을 흉내 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정작 제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는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Simon Kim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뉴욕에서 첫 레스토랑을 열 때, 그는 '뉴욕에서 잘 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계산했습니다. 그 답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고, 한국인인 그가 굳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게 '뉴욕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미슐랭 스타였지만, 끝은 폐업이었습니다.

여기서 EBITDA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EBITDA란 이자·세금·감가상각을 빼기 전 영업이익을 뜻하는 지표로, 쉽게 말해 식당이 실제로 '돈을 버는 체력'이 있는지를 보는 숫자입니다. 미슐랭 스타는 브랜드 가치를 높여주지만, EBITDA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직장에서 화려한 성과물을 만들었지만 정작 팀의 지속 가능한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지 들여다보지 못했던 기억이 겹쳤습니다.

그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트렌드를 쫓고, 분석하고, 남들의 기준을 계속 따라가다 결국 내 안의 연료가 바닥났다"고. 제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야 비로소 느꼈던 그 허탈함과 정확히 같은 감각이었습니다.

  • 트렌드 추종: 외부 공식을 그대로 복사하면 초반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기만의 연료가 없어 오래가지 못합니다
  • EBITDA 사각지대: 평판이나 수상 실적이 재무 체력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습니다
  • 정체성 혼란: 한국에선 "너무 미국적", 미국에선 "넌 한국인"이라는 이중 압박이 오히려 정체성을 찾는 단서가 됩니다
요약: 남의 성공 공식을 쫓는 것은 단기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결국 자기 내면의 연료가 고갈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실패 이후 발견한 진정성의 실체

폐업이라는 가장 차가운 결과 앞에서, Simon Kim이 꺼낸 단어는 '진정성(Authenticity)'이었습니다. 진정성이란 단순히 '솔직하다'는 감성적 표현이 아닙니다. 여기서 진정성이란 자신의 고유한 경험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남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뜻합니다. 그 근거는 단단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향은 코리안 바베큐와 아메리칸 스테이크하우스를 결합한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경쟁자를 이기려 한 게 아니라, 아예 비교 대상이 없는 영역을 창조한 것입니다. 실제로 Cote New York은 오픈 이후 뉴욕 미슐랭 가이드에 8년 연속 등재되었고, 반찬·밥·찌개는 무한 리필이라는 한국식 밥상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와인 프로그램과 예약 시스템은 철저히 뉴욕 현지에 맞게 설계했습니다(출처: 미슐랭 가이드).

제가 이 부분에서 직접 느낀 게 있습니다. 저도 큰 시행착오를 겪고 난 뒤에야 비로소, 남들을 어설프게 모방하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제 경험이 담긴 방식이 훨씬 단단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경쟁은 패자들이 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처음에는 오만하게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이건 자신감의 언어가 아니라 생존 전략의 언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또 한 가지, 그가 바의 이름을 '키메라(Kimera)'로 짓고, 마티니 바·위스키 바·와인 바를 각각 전문화한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컨벤셔널 바텐더란 한 명이 모든 종류의 음료를 만드는 일반적인 바 구조를 말하는데, 그는 이 구조를 해체해 각 바의 바텐더가 오직 하나의 카테고리만 전담하도록 설계했습니다. 마치 스시 장인처럼, '한 가지의 마스터'를 만들겠다는 철학이었습니다. 넓고 얕은 것보다 좁고 깊은 것이 진짜 가치를 만든다는 원칙은, 식당뿐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 통하는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약: 진정성은 감성적 구호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서 출발해 남이 복제할 수 없는 카테고리를 창조하는 실제적인 전략입니다.

 

올인 신화에 흔들리지 않는 안전마진의 감각

그런데 솔직히, 제가 이 인터뷰에서 가장 불편하게 걸렸던 대목이 있습니다. "카지노에서 잃을 돈 없이는 이길 수 없다. 저는 인생을 이 게임에 걸고 몇 번이나 올인했습니다"라는 부분입니다.

창업가의 열정과 각오를 담은 말이라는 건 압니다. 하지만 가정을 꾸리고 매달 고정 지출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여기서 안전마진이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안전마진이란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과 가족이 일정 기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재무적·심리적 완충 구간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바닥을 먼저 깔아두는 것입니다.

국내 소상공인 폐업률 통계를 보면, 창업 후 5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70%에 육박합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 수치 앞에서 '올인해야 진짜다'라는 서사는 한쪽 면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Simon Kim처럼 호텔 운영과 여러 식당에서 매니저로 일하며 인맥과 경험을 쌓고, 그 과정에서 소액 투자자들을 설득해 자본을 모은 방식은 사실 '무모한 올인'이 아니라 '준비된 리스크 관리'에 훨씬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저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건 화려한 도전 정신이 아니라, 평소에 쌓아둔 작은 안전망들이었습니다. 프리미엄 미슐랭 레스토랑의 원가 구조나 브랜드 전략을, 당장 임대료와 재료비를 걱정하는 동네 자영업자의 현실에 그대로 대입하는 건 분명한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 간극을 인식하고, 일상의 균형을 지키면서 작고 단단하게 실행을 이어가는 것이 저는 더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실패를 통한 성장의 서사는 유효하지만, 현실적인 안전마진 없는 '올인' 조언은 맥락에 따라 위험한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ote New York은 어떤 식당인가요?

A.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로, 한국식 바베큐와 아메리칸 스테이크하우스를 결합한 독창적인 카테고리를 만든 레스토랑입니다. 8년 연속 미슐랭 스타를 받았으며, 반찬·밥·찌개는 무한 리필이라는 한국식 식문화를 유지하면서도 예약 시스템과 와인 프로그램은 뉴욕 현지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Q. 미슐랭 스타를 받아도 식당이 문을 닫는 이유가 뭔가요?

A. 미슐랭 스타는 음식의 품질과 창의성을 인증하는 평가지만, 재무 건전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EBITDA, 즉 실제 영업 현금 흐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식재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에 이를 수 있습니다. Simon Kim의 첫 레스토랑 Pura가 바로 그 사례입니다.

 

Q. 창업할 때 진정성이 왜 중요한가요?

A. 트렌드를 쫓는 방식은 초기에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시장이 바뀌거나 경쟁자가 늘어나면 차별화 포인트가 사라집니다. 반면 자신의 정체성과 경험에서 비롯된 진정성은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Simon Kim이 한국과 미국이라는 두 정체성을 '또는(OR)'이 아닌 '그리고(AND)'로 받아들인 순간, 코리안 스테이크하우스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탄생한 것이 좋은 예시입니다.

 

Q. 창업 전 안전마진은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A. 창업 전 최소 6개월~1년치 생활비를 별도로 확보해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사업이 예상보다 늦게 궤도에 오를 경우를 대비한 운전자본도 초기 계획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감정적인 도전 의지와는 별개로, 냉정한 수치 시뮬레이션이 먼저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Simon Kim의 이야기에서 제가 진짜로 가져온 것은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아닙니다. 트렌드를 분석하고 남의 기준에 제 자신을 끼워 맞추던 방식이 얼마나 빠르게 내면의 연료를 소진시키는지, 그리고 그 고갈 이후에야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가족의 생계를 흔들 만큼 무모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일상의 균형을 지키면서, 작고 단단한 실행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방향입니다. 실패는 분명히 가르침을 줍니다. 하지만 그 학비가 지나치게 비싸지 않도록, 미리 안전마진을 계산해두는 감각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ldamnBpj1g&list=PLZjOkV0EhTLfWIfcHRYUCkKv_OFFREK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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