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동안 서울 아파트 시장을 그냥 관망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규제가 쏟아지고 있으니 어느 순간 가격이 숨을 고를 것이라 봤거든요. 그런데 모의투자 팀원들과 함께 실제 데이터를 파고들면서, 제가 놓치고 있던 퍼즐 조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양도세 중과 종료 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두 달 만에 8만 건대에서 6만 건대로 급감한 사실, 그리고 착공 실적이 역대 평균 대비 62%나 줄었다는 수치는 관망이라는 선택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매물 잠김과 유동성 팽창이 만드는 매도자 우위 시장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기한이 끝난 직후, 시장에서 목격된 현상은 꽤 단순했습니다. 팔 사람들은 이미 다 팔았고, 남은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였습니다. 제가 직접 데이터를 추적해봤는데, 올해 1월 5만6천 건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3월 말 8만8천 건으로 급증했다가 5월 중순에는 6만 건대로 급락하는 흐름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기한 직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신청이 폭주하면서 구청이 토요일에도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이 흐름이 얼마나 압축적이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M2 통화량 증가율이라는 지표가 중요합니다. M2란 시중에 유통되는 돈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현금과 예금은 물론 단기 금융 상품까지 포함합니다. 구방식 기준으로 올해 2월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는데, 2006년부터 2025년까지 20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7.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에 돈이 역사적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풀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증가세는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출처: 한국은행).
돈이 많이 풀리면 반드시 자산 가격이 오른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거기에 무조건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유동성 팽창이 임대료와 생활물가를 끌어올리고, 그 돈이 결국 자산 시장으로 흘러드는 경로는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실거래 매수세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15억 이하 구간에 집중되는 현상도 여기서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정부가 15억 초과 주택에는 대출을 사실상 2억으로 묶어버리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출 접근이 가능한 가격대로 쏠리는 것입니다.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양도세 중과 종료 후 다주택자 매물 급감으로 매도자 우위 전환
- 구방식 M2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 유동성 팽창 지속
- 15억 대출 규제로 인한 중저가 아파트 실수요 집중
- KB 5분위 배율 기준 전국 양극화 지수 13.3으로 역대 최고치 경신
5분위 배율이란 고가 아파트 가격을 저가 아파트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크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기준으로는 역사적 평균이 4.5였는데 현재 6.7 수준이니, 같은 서울 안에서도 상급지와 하급지 간의 가격 괴리는 여전히 상당합니다(출처: KB국민은행 부동산 통계).
착공 62% 급감이 예고하는 2029년까지의 공급 절벽
제 경험상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이야기가 나올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집을 더 짓겠다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착공부터 입주까지 최소 36개월, 최근에는 40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사실을 숫자로 확인하니, 지금 정책을 바꿔봤자 2029년 이전에는 공급을 늘릴 방법이 구조적으로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착공 실적 데이터를 보면 더 명확합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 아파트 월평균 착공 물량은 약 3,448채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 착공분은 이 평균보다 34% 줄었고, 2024년 착공분은 47% 줄었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평균 대비 무려 62%나 급감한 상태입니다. 씨를 적게 뿌렸으니 수확도 적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비아파트 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 보증 한도 축소로 빌라 전세가가 인위적으로 낮아지면서, 빌라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입주하려는 사람도 동시에 줄었습니다. HUG란 세입자가 전세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릴 때 그 보증을 서주는 기관입니다. 이 보증이 줄어들면 전세 대출 자체가 막히니, 결국 빌라 생태계 전체가 침체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아파트의 대안이 되어야 할 임대 시장이 함께 무너지면서, 공급 부족의 충격이 아파트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될 가능성이 큽니다.
전세란에 대한 나의 비판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40년간의 상승 데이터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무조건 올라타는 것은 위험합니다. 유동성 팽창이 이어지는 동시에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경우,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한 매수자들의 이자 부담이 임계점을 넘을 수 있습니다. BTS 팀원들과 저는 실질 거래량 회복 여부, 대출 규제의 한계선, 그리고 전세가율 변동을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출구 전략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로, 이 수치가 높아질수록 실수요 매수로 전환하는 유인이 강해진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주택 수를 늘리는 진짜 공급 대신 다주택자 규제와 자산 분배에만 집중한 결과, 임대 매물이 줄고 전세 시장이 불안정해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민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의 방향이 오히려 임대 물건 자체를 소멸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데이터를 들여다볼수록 냉정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결국 2029년까지 서울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임대차 시장의 전세란 가능성은 맹목적인 전망이 아니라 착공 데이터가 차갑게 예고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근거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지만, 거시경제 변수를 항상 병행해서 확인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과 분석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투자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