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을 오래 들고 있는 사람이 손해를 볼 때 더 흔들린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저는 3년 넘게 삼성전자를 보유하면서, 오히려 가장 많이 흔들린 건 주가가 올라가기 직전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발달심리센터에서 하루 종일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고 퇴근한 뒤, 빨갛게 물든 수익률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며 "이게 정말 맞는 선택이었나"를 되뇌었던 밤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삼성전자, 지금이 저평가인 이유 — 숫자가 말한다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 주가를 볼 때 단순히 차트를 먼저 확인하는데, 저는 반드시 PER(주가수익비율)부터 챙겨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기업의 순이익 대비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이 기업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비싼지 싼 지"를 보여주는 기본 잣대죠. 현재 삼성전자의 PER은 10배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평균 PER이 20배를 훌쩍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닙니다.
2026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 이익이 4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 컨센서스, 즉 주요 증권사들의 예측치 평균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컨센서스(Consensus)란 여러 기관 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를 모아 평균적인 시장 기대치로 정리한 값을 의미합니다. 공격적인 전망치를 제시하는 곳에서는 연간 영업 이익 250조 원을 내다보기도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뉴스를 꼬박꼬박 정리하면서 느낀 건, 이 숫자들이 단순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가동률이 80%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 주는 위탁 제조 사업을 말합니다. 가동률이 높아진다는 건 주문이 그만큼 밀려 들어온다는 의미이고, 고정비 부담이 줄어들며 영업 이익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빅테크들이 삼성전자·하이닉스에 장기 공급 계약을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장기 계약을 원한다는 건, 앞으로 반도체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수요 측의 확신이 담긴 신호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변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급증: AI 가속기에 필수적인 메모리 규격으로, 공급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가가 높아집니다.
- 파운드리 가동률 80% 돌파: 고정비 흡수율이 높아지며 영업 레버리지가 작동하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 1분기 실적 발표 시즌 도래: 시장이 기대치를 확인할 분수령으로, 예상치 부합 여부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유가 및 환율 변수: 유가 100달러 근방, 환율 1,500원대는 이중고지만, 중동 분쟁 완화 시 빠르게 해소될 수 있는 외생 변수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 외국인 순매수·매도 동향은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온다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구간이 됩니다. 이 점이 제가 지금 삼성전자를 팔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3년을 버텼더니 보이는 것 — 엉덩이 무거운 투자의 진짜 의미
제가 처음 삼성전자를 매수했을 때 주변에서는 "이미 늦었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반도체 업황이 꺾이던 시기에는 "지금이라도 손절하라"는 조언이 쏟아졌죠. 일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명의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오히려 주식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이의 성장은 매일 눈에 띄지 않지만, 1년 단위로 보면 분명히 달라져 있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리포트 목표가를 높게 잡으면서 실제로는 매도하는 외국인들을 보며 "저게 말이 되나"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운용 부서와 리서치 부서는 별개입니다. 매도에는 고객 환매 요청,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환율 효과에 따른 차익 실현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직접 여러 리포트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목표가를 높인다는 행위 자체가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 즉 기업의 본질적인 수익 창출 능력과 재무 건전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그 방향성을 믿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국내 총수출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며, 업황 회복기에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지는 구조적 특성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환율 1,500원대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있지만, 이 구조를 보면 반도체 수출 실적이 받쳐주는 한 환율은 자연스럽게 내려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시장이 중동 이슈에 휘청이며 매수할 때마다 더 밀리는 경험을 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타이밍을 못 잡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4월 들어 하루 만에 4% 넘게 폭등하는 장을 보니, 바닥을 정확히 맞히겠다는 욕심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30년 이상 경력의 전문가도 저점과 고점을 정확히 맞히는 건 실력이 아니라 운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 말에 완전히 동의합니다.
현금을 보유 중이라면 지금 당장 몰빵보다는, 상승 추세로 전환되는 걸 확인한 뒤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심리적으로도, 수익률 면에서도 훨씬 유리합니다. 17만 5,000원에 사나 18만 원에 사나, 목표 수익 구간이 20만 원대 중반이라면 결국 버는 건 버는 겁니다. 초5, 중1 두 아들이 마주할 AI 시대를 생각하면 반도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인프라입니다. 그 믿음 하나가 지난 3년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습니다.
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되는 지금이 오히려 차분하게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적기라고 봅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같은 주도주는 굳이 실적 발표 전에 무리하게 매도하거나 매수할 필요가 없습니다. 실적이 기대를 뒷받침해 준다면 주가는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저는 그 흐름을 편안하게 따라갈 생각입니다. 단단한 근거를 가진 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이 줄어든다는 걸, 이 3년이 가르쳐줬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