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트럼프와 이란의 2주 휴전 소식을 접한 그 아침, 저는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다 말고 스마트폰을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당연히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온 저에게, 이 소식은 단순한 안도감이 아니라 '그래서 지금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금리정상화, 왜 주식보다 국채가 먼저 반응하는가
전쟁이 끝나면 리스크 온(Risk-On), 즉 위험 자산으로 돈이 몰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공식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작동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리스크 온이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보다 주식, 원자재처럼 변동성이 높은 자산을 선호하는 시장 심리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 기간 동안 미국 주가가 크게 빠진 주된 원인은 지정학적 공포보다 오히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시장 금리 급등이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 기대치가 오르고, 이것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립니다. 채권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른 기간에는 국채 가격도 함께 눌렸습니다. 전쟁이 종료되면 이 흐름이 그대로 역전됩니다. 유가 안정 → 인플레이션 기대 하락 → 금리 하락 → 국채 가격 상승. 채권의 작동 원리는 이처럼 단순합니다.
반면 주식이 추세적으로 오르려면 조건이 두 가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 금리 안정화: 할인율이 낮아져야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
- 기업 이익(어닝) 개선: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뒷받침돼야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됨
여기서 어닝(Earning)이란 기업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순이익을 뜻하며, 주가 상승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가장 근본적인 동력입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금리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지만, 기업의 이익 전망이 방향을 잡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센터를 찾는 부모님들이 고물가와 고금리로 지쳐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 온 저에게는, 이 경제 지표 하나하나가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의 실제 삶과 연결돼 있다는 걸 매일 실감합니다. 금리가 내려간다는 신호 하나가 가계 심리를 얼마나 바꿔놓는지,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고용 보고서에서도 자발적 퇴사 비율인 퀴트 레이트(Quit Rate)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퀴트 레이트란 전체 취업자 중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로, 이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현재 일자리를 잃으면 새 직장을 찾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신호입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퀴트 레이트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뒤따라 왔습니다(출처: 미국 노동통계국). 이것은 성장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서, 전쟁 종료 이후 시장의 화두가 물가에서 성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데이터입니다.
성장리스크 시대, 국채 수혜의 구조와 제 판단
그렇다면 지금 미국 주식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지금 미국 주식에는 전쟁 외에도 여러 불안 요소가 겹쳐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쟁 기간 동안 한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그만큼 반등 탄력도 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애초에 전쟁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밸류에이션(Valuation)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밸류에이션이란 주가가 기업의 내재 가치 대비 얼마나 비싼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인 척도입니다.
현재 미국 주식 시장에 남아 있는 불안 요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세 확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가변성으로 기업 비용 압력이 재차 확대될 수 있음
- AI 캐팩스(Capex) 과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수익성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함. 캐팩스란 미래 이익을 위해 기업이 집행하는 대규모 자본 지출을 뜻함
- 프라이빗 크레딧 시장 팽창: 비은행권 대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신용 리스크가 누적될 수 있음
이 세 가지는 공통적으로 주식에는 부담이지만, 국채에는 오히려 수혜 요인이 됩니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수록 안전 자산인 국채로 자금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예일대학교 연구에서도 관세 확대 국면에서 장기적으로 채권이 주식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는 분석이 있으며, 이는 현재 상황에서도 시사점을 줍니다(출처: 예일대학교 경제학과).
다만 저는 '2주 휴전'이라는 시한부 합의의 한계를 마냥 낙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지정학적 이벤트는 협상 테이블에서 언제든 뒤집힐 수 있고, 만약 협상이 결렬되어 유가가 다시 자극을 받는다면 국채 투자 역시 예상보다 수익 회복이 더뎌질 위험이 있습니다. 두 아들의 미래를 위해 공부하는 엄마 투자자로서, 저는 매크로의 흐름을 읽되 기업의 실질적인 이익 체력을 끝까지 확인하는 신중함이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이 완전히 종료되더라도, 시장이 주식으로 본격 이동하기 전에 금리 안정화와 어닝 개선이라는 두 조건이 모두 확인되는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성급한 추격 매수보다 미국 국채를 중심으로 방어적으로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성장 리스크가 어느 방향으로 구체화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한 의견 공유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