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1k라는 제도를 처음 알게 된 날 나의 노년을 비관적으로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시부모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부동산을 통해 노후를 대비해야만 하지만 너무 힘든 일이라 손 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직장인 중 절반 정도만이 퇴직연금 제도에 실제로 가입해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모르게 우리 센터 직원들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관리자 입장에서 직원 복지를 챙기다 보면, 좋은 제도가 있어도 '알아서 하겠지'라는 안일한 전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SECURE Act 2.0이 바꾼 것들
미국에서 2022년에 통과된 SECURE Act 2.0은 한마디로 퇴직연금 자동 가입을 의무화한 법이에요. 여기서 401k라는 건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DC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쉬운데, 예전에는 직원이 직접 신청해야 가입이 됐지만 이제는 새로 생기는 회사라면 직원이 들어오자마자 자동으로 가입되게 만든 거죠. 처음에는 월급의 3%를 떼서 저축하기 시작하고, 매년 1%씩 알아서 저축 비중을 높여서 나중에는 10%나 15%까지 저축하게 해주는 자동 증액 시스템이 핵심입니다.
매일 집안일 하랴, 아이들 챙기랴 바쁜 우리 엄마들에게는 이 자동이라는 말이 참 반가워요. 재테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막상 은행 가거나 앱 켜서 설정 바꾸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잖아요? 정신없이 살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인데, 법이 알아서 저축률을 높여주니 정말 든든한 비서 하나 둔 기분이죠. 물론 모든 회사에 다 적용되는 건 아니고, 이제 막 생긴 회사나 아주 작은 사업체는 예외이기도 해요.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렇게 알아서 저축해 주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 그만큼 노후 준비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걸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가 정착된다면, 복잡한 고민 없이도 노후 준비의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자동 증액이 작동하는 방식
보통 퇴직연금은 나중을 위해 좋다는 건 알지만, 당장 나갈 교육비나 생활비가 빠듯하다 보면 "나중에 여유 생기면 시작해야지" 하고 미루게 되잖아요? 하지만 미국의 자동 가입 시스템은 이런 미루는 심리를 아주 지혜롭게 활용했어요.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 가입이 안 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하면 저절로 저축이 시작되도록 기본값을 바꿔버린 거예요. 가입하고 싶지 않은 사람만 따로 신청해서 빠져나오게 만든 거죠.
이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냥 자동으로 돈을 떼는 방식(ACA), 가입하고 90일 안에는 마음을 바꿔서 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게 해주는 유예 기간 방식(EACA), 그리고 사장님도 일정 금액을 보태줘서 나중에 세금 혜택을 더 잘 받게 설계된 방식(QACA)이 있어요. 실제로 조사를 해보니 이렇게 자동으로 가입된 분들의 84%가 덕분에 훨씬 일찍 저축을 시작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대답했다고 해요. 역시 사람은 일단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맞나 봐요. 복잡한 서류나 결정을 미루고 싶어 하는 우리들의 본능을 역으로 이용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든든한 노후 자금이 쌓이게 만드는 아주 영리한 시스템인 셈입니다.
복리 효과를 '시스템'으로 강제하는 이유
우리가 재테크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바로 복리죠?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또 이자가 붙으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마법 같은 힘 말이에요. 그런데 이 복리가 힘을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해요. 매일 19층 계단을 한 칸씩 묵묵히 올라가며 체력을 기르듯, 투자도 아주 오랫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해야 큰 결과가 나오거든요. 하지만 우리 일상이 어디 그런가요? 바쁜 일이 터지거나 시장이 출렁이면 겁이 나서 멈추고 싶어 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미국은 이 복리의 마법을 시스템으로 아예 고정해 버린 거예요. 내가 기분이 좋든 나쁘든, 바쁘든 한가하든 상관없이 기계적으로 돈이 모이게 말이죠. 뱅가드 같은 큰 투자 회사의 연구를 봐도, 이렇게 자동으로 저축하는 제도가 생기면 소득이 적은 분들도 연금에 훨씬 많이 참여하게 되어서 결과적으로 사회 전체의 안전망이 튼튼해진다고 해요. 의지가 강한 사람만 노후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이 나를 이끌고 가게 만드는 거죠. 저도 이번에 이 내용을 공부하면서 우리 가족의 연금 통장은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고 다짐했어요. 20년 뒤의 나를 웃게 만드는 건 오늘의 대단한 결심이 아니라, 지금 설정해 둔 작은 자동 시스템일지도 모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퇴직연금 관련 구체적인 결정은 전문 금융 자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seekingalpha.com/article/4502100-401k-automatic-enroll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