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가 오르는 게 싫다고 외치면서 정작 물가를 올리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대통령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저도 처음엔 이게 그냥 무능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다른 계산이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됐습니다. 파주에서 센터까지 매일 출퇴근하면서 기름값 영수증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었습니다. 최근에 미국 대통령들의 인플레이션 정책을 분석한 글을 읽고 나서야 그 답을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왜 물가 안정보다 지지층 혜택을 택하는가
정치인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는, 걱정의 우선순위가 우리와 다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미국 구제 계획(ARP)을 추진하면서 이미 4조 달러 규모의 재정 부양책이 풀린 경제에 1조 9천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했습니다. 당시 로렌스 서머스, 제이슨 퍼먼 같은 민주당 소속 경제학자들조차 강하게 경고했지만,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재정 부양책이란 정부가 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줄여 경기를 끌어올리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경기가 침체됐을 때는 효과적이지만, 경제가 이미 회복 중일 때 쓰면 시중에 돈이 넘쳐 물가가 뛰어오르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당시 백악관 경제 고문이었던 재러드 번스타인 본인도 나중에 인정했습니다. "때로는 최고의 경제적 논리도 정치적 논리에 밀린다"고요. 결국 감세, 복지 지출, 노조 지원, 관세 보호 같은 눈에 보이는 혜택들이 "훗날 물가가 오를 수도 있다"는 모호한 경고보다 항상 먼저였습니다. 이 구조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관세와 감세가 동시에 풀릴 때 생기는 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을 나열해 보면 그 조합 자체가 상당히 인플레이션 친화적입니다.
- 전방위 관세 부과로 수입 물가 상승
- 대규모 감세 법안 통과로 재정 적자 확대
- 이민 제한 및 추방으로 저임금 노동 공급 감소
-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
여기서 연방준비제도(Fed)란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해 물가와 경기를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관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높을 때는 금리를 올려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면 이 방어막이 흔들립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의 절반에서 4분의 3이 관세 영향이라고 직접 지적했습니다. 근원 인플레이션이란 에너지와 식품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측정하는 물가 지수입니다. 쉽게 말해 일시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물가 흐름을 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높다는 건 물가 압력이 단기간에 꺼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가 재테크 카페에서 거시경제 흐름을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치가 책임져 주지 않는 부분을 가계가 스스로 읽어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다를까, 아니면 같은 구조인가
미국 사례를 보면서 "한국도 똑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드실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한국은 에너지 자급률이 낮고 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입니다. 이런 구조에서 물가가 급등하면 원화 가치 하락, 즉 환율 폭등으로 즉각 연결됩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원가가 더 뛰고, 이것이 다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미국처럼 기축통화국 지위로 완충할 여력이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최고 6.3%까지 올랐고, 이 시기 가계 실질 구매력은 크게 떨어졌습니다(출처: 한국은행). 발달심리센터에서 만나는 부모님들의 표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도 딱 그 무렵이었습니다. 경제적 압박이 심리적 여유를 갉아먹고, 그 불안이 아이들의 정서에 그대로 전이되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건 꽤 무거운 경험이었습니다.
한국 정치인들이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방치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재정 지원 공약들이 중장기적으로 물가 기대심리, 즉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심리를 자극하는 건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서민 가계가 인플레이션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면
그렇다면 정치가 해결해 주지 않는 물가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정답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제가 직접 실천하면서 체감한 것들은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개념을 한번 짚고 가겠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경기 침체(stagnation)와 물가 상승(inflation)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성장도 안 되는데 물가만 오르는 최악의 조합입니다. 1980년대 미국이 겪었던 상황이고, 현재 일부 경제학자들이 다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상황에서 단순히 예금에만 의존하면 실질 자산이 녹아내립니다. 실질 구매력이란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의 양인데, 물가가 오르면 명목 금액은 그대로여도 실질 구매력은 줄어듭니다. 제가 부동산과 ETF(상장지수펀드) 공부를 꾸준히 이어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물가 전망 보고서는 무료로 공개되어 있으니, 정기적으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출처: 한국은행).
정치인들이 '민생'을 외칠 때마다 실제로 뒤따라오는 물가 청구서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이제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시대입니다.
결국 정치가 만들어내는 거시경제의 결과는 가장 먼저 장바구니와 주유기에서 체감됩니다. 바이든이든 트럼프든, 공약의 수혜자는 특정 지지층이었고 물가 상승의 피해자는 대부분 평범한 가계였습니다. 정치에 실망하는 만큼, 경제 흐름을 스스로 읽고 자산을 지키는 힘을 키우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시경제 뉴스가 멀게 느껴지시다면, 오늘 주유소 영수증부터 다시 한번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