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전체 장례의 20%가 빈소 없이 치러진다는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조금 당황했습니다. 모의투자 팀원들과 시니어 복지 블로그 콘텐츠 방향을 논의하다 이 수치를 팩트 체크하게 됐는데, 평균 1,500만 원짜리 장례와 2,000만 원이 넘는 결혼식이 각각 200~300만 원, 혹은 0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흐름은 단순한 절약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처럼 읽혔습니다.
비용구조: 허례허식이 만든 거품, 숫자로 확인하다
제가 이 주제를 처음 파고든 건 순수하게 숫자 때문이었습니다. 상조업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장례의 1% 수준이던 무빈소 장례(빈소를 따로 차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추모하는 방식)는 지난해 최대 20%까지 치솟았습니다. 무빈소 장례란 조문객을 맞이하는 공간 자체를 생략하고 안치·입관·발인·장사 등 기본 절차만 유지하는 형태입니다. 빈소를 차리면 평균 2,000만 원 안팎이지만, 생략하면 200~3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출처: 고용노동부).
결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식장 대관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의 줄임말로 결혼 준비의 핵심 패키지를 뜻합니다) 패키지를 합산한 결혼 서비스 비용은 평균 2,091만 원이고, 신혼집·혼수까지 포함하면 총 결혼 비용이 3억 원을 넘는다는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웨딩플레이션(wedding inflation)이란 결혼 관련 물가가 일반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지금 한국의 결혼 시장이 딱 그 상태입니다.
저는 가계 고정비를 줄이고 자산 배분을 재편하는 '가계 지출 구조조정' 관점에서 이 숫자를 다시 봤습니다. 유동성(현금화 가능한 여유 자금)을 5분짜리 예식에 묻어두는 것과 주거 자산에 재배치하는 것, 어느 쪽이 인플레이션 헤지(hedge, 물가 상승으로부터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전략)에 유리한지는 계산이 필요 없습니다.
무빈소·노웨딩 비용 비교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일반 장례(빈소 포함): 평균 1,500만~2,000만 원
- 무빈소 장례(가족장): 200만~300만 원 수준
- 일반 결혼식(스드메 패키지 포함): 평균 2,091만 원
- 노웨딩(혼인신고만): 사실상 0원
관계자산: 형식을 걷어냈을 때 남는 것
비용이 전부라면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그런데 제가 팀원들과 논의하면서 계속 걸렸던 지점이 있었습니다. 무빈소나 노웨딩이 비용 절감만을 위한 선택이라면, 그 과정에서 잃게 되는 것은 없을까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란 슬픔이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관계망이 개인의 정서적 회복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뜻합니다. 빈소를 차리지 않으면 조문이 줄고, 결혼식을 하지 않으면 축하의 자리가 사라집니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관계자산(인간관계를 통해 축적되는 사회적·정서적 자원)을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제 경험상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혼남녀 절반 가까이가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라고 답했지만(출처: 통계청), 저는 그 숫자 뒤에서 "형식이 싫은 것"과 "관계가 필요 없는 것"이 혼동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조문 문화가 통장 번호가 적힌 부고장으로 대체되고, 청첩장이 모바일 링크로 처리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정말 버린 것이 형식인지 아니면 그 형식 안에 담겼던 연결인지가 제게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방식을 고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족 여럿이서 관을 들던 시대와 외동 혹은 자녀가 없는 가정이 표준이 되어가는 지금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인구 구조 자체가 달라졌고, 사회적 관계를 드러내는 방식도 함께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시니어 복지를 공부하면서 절감한 것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돌봄과 추모의 방식은 시대와 함께 바뀌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라이프케어: 형식의 거품을 빼되, 본질은 지키는 설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장례와 결혼 문화가 소규모화·맞춤형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봅니다. 라이프케어(life care)란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하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입니다.
제가 계단을 매일 오르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보다 불편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기초 체력을 다지는 정직한 방법입니다. 삶의 인륜지대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품을 걷어내되, 그 안에 담겨야 할 진심까지 함께 버리지 않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주체적인 라이프케어 설계입니다.
일본에서는 혼인신고만 하고 식을 올리지 않는 나시온(なし婚)이나 촬영만 하는 포토혼(フォト婚)이 이미 하나의 표준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관청 서류 처리 후 야외에서 간단히 축하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이 흐름을 단순히 '절약'이 아니라 '재설계'로 읽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수익과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듯, 삶의 통과의례 역시 비용 효율과 관계의 질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ESG란 기업이나 개인이 재무적 성과만이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의사결정 방식을 뜻하는데, 이 개념을 삶의 설계에 그대로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형식의 거품을 빼는 것과 삶의 밀도를 높이는 것은 서로 모순이 아닙니다. 무빈소와 노웨딩이 '관계를 포기한 선택'이 아니라 '관계를 더 진하게 남기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그 설계를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 결국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식을 택하든, 그 선택이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와 가족의 내실에서 출발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복지 조언이 아닙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live/_vCYLbfrqmM?si=-SOGfS28lhRjAP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