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 거라고 걱정하신 적 있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구글 클라우드 아시아 태평양 부사장의 한마디가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습니다. "AI 시대에 사라질 것은 인간이 아니라 '작업(Task)'입니다." 센터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이 말이 얼마나 정확한지 새삼 실감하고 있습니다.
AI는 작업 대체재이다
저희 센터 선생님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곳은 어딥니까?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감정을 읽는 그 순간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상담 기록 요약, 행동 관찰 일지 정리, 보험청구를 위한 행정 서류 작성 같은 수동 작업들이 선생님들의 오후를 통째로 삼켜버리곤 했습니다.
직접 써봤는데, 클로드(Claude)에게 상담 기록 요약을 맡기기 시작한 이후로 달라졌습니다. 선생님들이 퇴근 전 30분을 아이 부모와 전화 상담하는 데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인력을 줄인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질이 올라간 것입니다. 구글 부사장이 콜센터 사례로 설명한 것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AI 도입 후 대기 시간이 10분에서 1분으로 줄었다고 해서 상담원을 내보내는 게 아니라, 그 시간만큼 더 어려운 민원을 처리하는 데 인력을 집중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장밋빛 낙관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작업 효율화가 반드시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관리자 입장에서 보면, 작업 자동화는 신규 채용 필요성을 낮추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창의성과 공감 능력이 차별화 요소"라는 말은 반대로 읽으면,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 높은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노동자의 약 14%에 해당하는 3억 7,500만 명이 직업 전환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출처: McKinsey Global Institute). 기술이 작업을 없애는 속도보다 사람이 재교육되는 속도가 느릴 때 발생하는 간극을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은 이렇습니다. AI가 지워주는 작업이 단순할수록, 남은 사람이 더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감성 지능과 비판적 사고, 즉 발달심리 현장에서 치료사가 아이의 눈빛에서 위축을 읽어내는 그 능력은 아직 어떤 모델도 대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AI가 대체하는 작업과 여전히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하면 이렇습니다.
- 기록 요약, 데이터 분류, 패턴 인식 같은 반복적 정보처리 작업 → AI가 처리
- 감정 읽기, 신뢰 형성, 맥락 판단, 위기 개입 → 여전히 인간의 영역
- 비즈니스 창의성과 시스템 사고, 공감을 요구하는 고차원 의사결정 → AI를 활용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인간
HBM 파트너십과 TPU, 삼성·하이닉스 주주라면 주목해야 할 이유
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장기 주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구글 부사장이 TPU(Tensor Processing Unit)와 HBM(High Bandwidth Memory)의 관계를 설명했을 때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여기서 TPU란 구글이 자체 개발한 AI 전용 반도체 칩입니다. 일반 GPU가 다목적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다면, TPU는 대규모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거대한 AI 모델을 훈련시킬 때 중간에 오류가 나도 처음부터 다시 돌릴 필요 없이 작업을 이어갈 수 있게 설계된 칩입니다. 영화 후반 작업 중 컴퓨터가 멈추면 40분 치 렌더링이 날아가는 상황을 막아준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서 HBM이란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로, 반도체 칩에 수직으로 쌓아 올린 고성능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이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려면 메모리가 엄청난 속도로 데이터를 전달해야 하는데, 일반 DRAM으로는 이 속도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HBM이 없으면 TPU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구글은 TPU 내부에 들어가는 HBM을 자체 생산하지 않습니다. 하이닉스와 삼성이 전 세계 HBM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약 53%로 세계 1위입니다(출처: TrendForce). 구글이 AI 하이퍼컴퓨터라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을 강화할수록 HBM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풀스택
풀스택이란 인프라 칩부터 AI 모델, 그 위에 올라가는 애플리케이션까지 전체 기술 스택을 수직 통합하는 전략입니다. 구글이 칩, 모델,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장악하게 되면 각 레이어를 최적화해 비용을 낮추고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할 지점이기도 합니다. 구글의 풀스택 전략은 파트너십인 동시에 플랫폼 종속 구조입니다. 하이닉스와 삼성이 HBM을 공급하는 한 구글의 성장은 우리 주주에게도 이득이지만, 구글이 언젠가 메모리 내재화를 시도하거나 대체 공급처를 육성할 경우 상황은 달라집니다. 빗속에서 춤을 추려면 미끄러지지 않을 발판이 필요하듯, 이 파트너십의 구조적 균형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저는 'BTS' 팀원들과 매달 모여 이 지점을 주제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습니다.
또한 모델 아머(Model Armor)처럼 구글이 보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방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모델 아머란 AI 모델에 프롬프트 인젝션(Prompt Injection) 등 악의적 입력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보호 레이어입니다. 프롬프트 인젝션이란 사용자 몰래 악의적인 명령어를 질의에 삽입해 모델을 오작동시키는 공격 기법입니다. 위즈(Wiz) 인수와 이러한 보안 기술 강화가 맞물리면, 구글 클라우드의 기업 고객 록인(Lock-in) 효과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 계단을 오르며 기초 체력을 쌓는 것처럼, 기술의 화려한 수사 뒤에서 작동하는 생태계 선점 논리를 발로 뛰며 확인하는 것이 결국 투자자로서도, 현장 운영자로서도 저의 방식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반드시 개인의 책임 아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급변하는 AI 환경에서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기"를 선택하면 이미 반 발짝 뒤처져 있습니다. 두 아들에게도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하나의 수동 작업만 AI에게 넘겨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실험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일하는 방식을 바꿔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