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낳고 나서야 '소비 눈치'라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건지 처음 실감했습니다.
주변 엄마들이 200만 원짜리 유모차를 들고 나타날 때,
저도 모르게 검색창에 '부가부 가격'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노원 중계동에서 만난 37세 워킹맘의 이야기는 그런 흔들림을 일찌감치 끊어낸 사람의 자산 형성기입니다.
15억 아파트를 현금으로, 저축률 50%를 육아휴직 중에도 유지한 그 배경을 수치와 함께 뜯어봤습니다.
15억 아파트를 대출 없이 산 사람의 숫자들
결혼 후 첫 주택 매수가였습니다. 15억. 그것도 대출 없이. 처음 이 수치를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이건 특수한 케이스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숫자를 뜯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부부 합산 세전 연봉 약 1억 7천만 원. 혼인 증여로 받은 1억 5천만 원(현행 혼인·출산 증여재산공제 한도 적용). 여기서 혼인 증여재산공제란, 결혼을 계기로 부모에게 증여받을 때 1억 5천만 원까지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는 세법상 혜택입니다. 2024년부터 적용된 이 제도는(출처: 국세청) 신혼부부의 종잣돈 형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줍니다. 거기에 본인이 10년 넘는 직장 생활로 모은 3억 원이 더해졌습니다. 합산하면 약 4억 5천. 전세가 50%였던 7억 5천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니 나머지를 현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갭투자(Gap Investment) 구조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갭투자란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수해 실제 투자금(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즉 '갭')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매매가 15억에 전세가 7억 5천이면 갭은 7억 5천. 이 금액만 있으면 15억짜리 자산을 보유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2년 사이 해당 아파트는 약 8억이 올라 현재 시세 23억 수준. 레버리지 없이 현금 7억 5천을 투입해 8억의 수익을 낸 셈이니 단순 수익률로는 100%를 넘습니다.
- 부부 합산 연봉 약 1억 7천만 원 (세전)
- 혼인 증여재산공제 1억 5천만 원 + 자체 저축 3억 원 = 종잣돈 약 4억 5천만 원
- 전세가율 50% 갭투자 구조로 15억 아파트 현금 매수
- 2년 내 시세 약 8억 상승 → 순자산 약 17억 수준
요약: 혼인 증여공제 활용 + 10년 저축 + 전세 레버리지가 맞물려 대출 없는 15억 매수가 가능했고, 2년 새 8억 상승으로 갭투자의 구조적 이점이 극대화된 케이스입니다.
저축률 50%를 만든 건 재테크 지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한창 재테크 공부를 할 때 늘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투자 수익률보다 저축률이 먼저다." 그 말의 실체를 이 인터뷰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3인 가족 월 생활비 200만 원 초중반. 거기에 월세 100만 원. 육아휴직으로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저축률 50%를 유지했다는 건 단순한 절약 의지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핵심은 "굳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이직할 때마다 나오는 퇴직금을 명품 가방이나 해외여행에 쓰지 않은 것. 차는 출고가 1,500만 원 수준의 니로(기아 소형 SUV). 유모차는 직장 선배에게 물려받은 10년 된 제품.
제가 직접 육아 소비를 경험해보니, 이 부분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압니다. 부가부(Bugaboo)는 신형 기준 200만 원을 훌쩍 넘고, 당근마켓에서도 100만 원 이하로 찾기 힘듭니다. 주변에서 다들 사는 걸 보면 '나만 안 사면 아이한테 미안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 '눈치 소비'를 끊는 게 저축률의 출발점이었다는 것, 제 경험상 이건 정말 맞는 말입니다.
저축률(Savings Rate)이란 세후 실수령액 대비 저축·투자에 투입한 금액의 비율입니다. 금융 선진국 연구들은 일관되게 초기 자산 형성 단계에서 투자 수익률보다 저축률이 자산 규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합니다(출처: 한국은행). 10년 직장 생활 동안 재테크 지식이 부족했어도 3억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이 바로 이것입니다.
요약: 고수익 투자 전략이 아닌 '굳이 소비 안 하기' 마인드가 10년간 3억이라는 종잣돈을 만들었고, 저축률을 높이는 것이 자산 형성 초기 단계의 가장 확실한 전략입니다.
갭투자의 수익 구조와 제가 걱정하는 것들
수익 구조만 보면 이 사례는 교과서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케이스를 곱씹으면서 냉정하게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유동성 리스크입니다. 유동성(Liquidity)이란 자산을 현금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가를 뜻합니다. 이 가정의 총자산 약 23억 중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이고, 현금성 자산은 사실상 연금과 주식 약 1억에 불과합니다. 전세 세입자가 퇴거할 때 보증금 7억 5천을 돌려줘야 하는 시점에 만약 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는다면? 다행히 이 케이스는 이전 구매자로부터 퇴거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모든 거래가 이렇게 맞아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두 번째는 실거주 비용입니다. 자가 아파트를 전세 주고 본인은 중계동에 월세 100만 원짜리 집에 거주하는 구조입니다. 강남 직장까지 1시간 이상 출퇴근을 감수하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의 피로도 누적 속도가 다릅니다. 특히 영아를 키우는 워킹맘에게 이 피로는 수치로 환산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금리 변동입니다. 현재는 전세가율 50%로 갭이 크게 벌어져 역전세(전세가가 매매가보다 하락해 보증금 반환이 어려워지는 상황) 위험이 낮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전세 수요 자체가 변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시점 이후의 시장 상황까지 고려하면, 갭투자를 '검증된 공식'으로 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요약: 갭투자의 수익성은 실증됐지만, 유동성 리스크·실거주 피로도·역전세 가능성이라는 세 가지 변수를 사전에 철저히 따져보는 것이 안전마진 확보의 핵심입니다.
영세부터 주식 계좌보다 더 중요한 금융교육
8개월짜리 아이에게 이미 증권 계좌를 만들어뒀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도 솔직히 처음엔 '역시 요즘 부모들은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이어서 한 말이 핵심이었습니다. "5만 원이 10만 원이 되는 경험을 해보고, 용돈도 월간·분기 단위로 굴리게 해주면 그게 금융교육이 되지 않을까요?"
이 말에서 제가 주목한 건 '계좌 개설'이 아니라 '경험 설계'라는 관점입니다. 복리(Compound Interest)란 원금에서 발생한 이자가 다시 원금에 더해져 이자가 이자를 낳는 구조를 말합니다. 개념으로 가르치는 것과, 실제 2만 원짜리 ETF 한 주가 불어나는 걸 직접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학습입니다. 전자는 잊히고, 후자는 체화됩니다.
노원 중계동 지역의 분위기도 이 맥락과 연결됩니다. 인터뷰에서 20년 넘게 이 동네에 살았던 60대 어르신은 "학구열이 높은 주변 환경이 같이 올라가게 해줬다"고 표현했습니다. 동시에 "내 아이의 성향을 모르고 무조건 투자했던 것이 단점"이라고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짜 금융교육도 이와 비슷합니다. 주식 계좌를 만들어주는 이벤트보다, 용돈 예산을 스스로 짜고 '굳이' 소비를 걸러내는 판단력을 일상에서 익히는 훈련이 훨씬 중요합니다.
자산관리(Asset Management)란 단순히 자산을 불리는 행위가 아닙니다. 수입과 지출의 흐름을 이해하고, 위험을 통제하면서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자원을 배분하는 능력 전체를 말합니다. 이 능력은 계좌 개설로 생기는 게 아니라 반복된 작은 경험에서 만들어집니다.
요약: 자녀 금융교육의 핵심은 증권 계좌 개설이 아니라, 용돈을 월간·분기 단위로 직접 굴리며 복리와 예산 관리를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경험 설계에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노원 중계동이 학군지로 인정받는 이유가 뭔가요?
A.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대형 학원가가 밀집해 있고, 명문 중고등학교들이 도보권에 모여 있어 교육 수요가 수십 년째 유지되고 있습니다. '강북의 대치동'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학업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지만, 강남권 대비 생활 물가와 주거비가 낮아 가성비 학군지로 꼽힙니다. 평지 구조에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영유아 가정에도 실용적인 선택지입니다.
Q. 전세 끼고 집 사는 갭투자, 지금도 안전한가요?
A. 전세가율이 낮을수록 갭이 크고 역전세 위험도 낮아지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 공실 리스크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 다룬 케이스처럼 전세가율 50%는 안전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갭투자를 진행하면 보증금 반환 시점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 상황과 본인 가계의 유동성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아이 주식 계좌 영세부터 만들어주면 정말 금융교육이 되나요?
A. 계좌 개설 자체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단순히 부모가 대신 운용해주는 계좌는 아이에게 실질적인 금융 감각을 심어주기 어렵습니다. 소액이라도 아이가 직접 종목을 고르고, 잔고 변화를 확인하고, 용돈 예산을 월 단위로 계획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비로소 경험 학습이 됩니다.
Q. 육아휴직 중에도 저축률 50%를 유지하는 게 가능한가요?
A. 가능하긴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육아휴직 급여는 통상임금의 일정 비율로 지급되므로 소득이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인터뷰 사례처럼 생활비 구조 자체를 200만 원 초중반으로 유지하고, 부부 모두 소비 욕구가 낮은 상태라면 달성 가능한 수치입니다. 다만 이 구조는 주거비(월세 100만 원)가 별도이므로 실질 지출은 300만 원대 초반입니다.
결론
이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문장은 "굳이"였습니다.
화려한 투자 전략이나 운 좋은 타이밍 이전에, 10년 동안 굳이 쓰지 않고 모은 3억이 모든 것의 기반이었습니다.
갭투자의 수익 구조가 그 위에서 작동했을 뿐입니다.
물론 갭투자는 유동성 리스크와 실거주 불편을 감수하는 선택이고, 금리와 시장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저축률을 높이는 소비 구조를 만들고, 그 다음 실거주 안정성을 확보한 뒤, 여유 자금으로 위험을 통제하며 자산을 확장하는 것. 자녀 금융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좌보다 '굳이'를 가르치는 게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pGZtE9qhjA